선교하시는 하나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오영철 작성일25-12-16 13:03 조회9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선교하시는 하나님〉
큰 반전의 순간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분위기는 한층 깊어졌다. 그것은 단순한 흐름의 변화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이미 선교를 준비하시고 앞서 이끌고 계심을 보여 주는 순간이었다.
2025년 12월 13일과 14일, 매홍손에 있는 깽홈교회를 방문하였다. 2주 전에 이미 한 차례 방문했지만, 다시 방문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깽홈교회가 최초로 카렌 선교사를 후원하고 파송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하였다. 이번 방문은 그들의 파송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구체적인 요청을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
13일 토요일 저녁 예배에서 설교를 맡았고, 선교에 구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우리 교인 한 사람이 매달 국수 한 그릇 값만 헌금해도 우리도 선교사를 파송할 수 있습니다.” 국수 한 그릇 값은 50바트(약 2,300원)이며, 교인이 약 150명이므로 한 달에 7,500바트를 모을 수 있다. 세 교회가 힘을 모으면 한 명의 선교사에게 필요한 한 달 선교비 3만 바트(약 900불)를 감당할 수 있다. 국수 한 그릇 값이라는 상징성에서 이 이름을 붙였다. ‘국수 한 그릇 프로젝트’. 그 일에 깽홈교회가 첫 열매가 되어, 교인 전체가 함께 참여하기를 제안한 것이다.
예배 후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까래야’ 형제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깽홈교회가 속한 빠이 지방회의 노래였다. “작년에 우리 빠이 지방회 노래로 정해진 곡인데요. 가사에 세계 선교에 참여하자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어서 그는 가사의 일부를 설명해 주었다.
“우리가 선교지에 갈 수 없다면 헌금으로 참여합시다.”
“우리가 선교지에 갈 수 없다면 기도로 참여합시다.”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며 깜짝 놀랐다. 빠이 지방회는 이미 세계 선교의 당위성뿐 아니라, 구체적인 참여 방식까지 노래로 고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노래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 질문하니, 현재 빠이 지방회 총무로 섬기고 있는 ‘두앙캄’ 총무라고 했다. 깽홈교회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그리고 돌아온 이후에도 그 가사를 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아직 선교사를 파송하거나 후원한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도 빠이 지방회는 이미 세계 선교에 참여하겠다는 고백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노래를 만든 지도자를 직접 만나 보기로 마음먹었다.
12월 15일 아침, 두앙캄 총무에게 연락해 만나자고 요청했다. 왜 그런 노래를 만들었는지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침 그가 치앙마이에 있어서 아침에 만날 수 있었다. 노래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가사는 2021년에 완성된 것입니다. 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세 명의 지도자가 뜻을 모아 함께 만든 곡입니다.” 선교에 참여한 경험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쓰게 되었는지 다시 물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우리 빠이 지방회 교인들이 생각해 온 선교사란, 우리에게 와서 도와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세 지도자는, 빠이 지방회가 생각해 온 선교사 이해가 전부는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제는 우리도 선교사를 파송하고, 선교 사역에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입니다.”
하나님의 예비하심은 참으로 신기하다. 그들은 이미 선교에 대한 방향성을 품고 있었고, 헌금과 기도로 선교에 참여하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선교하시는 하나님께서 먼저 그들의 마음을 감동시키신 것이다.
그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총무의 아내가 놀라운 이야기를 덧붙였다.
“지난 5월, 오영철 선교사 일행이 우리를 방문해 선교사 후원을 제안했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그들은 작년에 이미 작곡이 완성되어 지방회 노래로 불리고 있었고, 각 교회에서도 이 노래를 불러 왔다. 그러나 실제로 선교해야 한다는 각성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노래의 고백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선교 후원에 대한 도전을 들으면서, 선교가 참으로 복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마음이 선교를 향해 많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부부는 담담하게 고백했다.
“선교는 참으로 복된 일입니다.”
나는 선교 동원과 도전을 목적으로 깽홈 마을을 찾았다. 그러나 그곳에서 오히려 한 가지를 더 깊이 배우게 되었다. 하나님은 선교하시는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는 선교사가 오기 전에 이미 사람들을 준비하셨다. 그들은 아직 선교사를 파송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미 세계 선교에 참여해야 하는 공동체라는 정체성을 노래로 고백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이미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세계 선교에 참여해야 한다는 부르심을 품게 하셨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보쉬는 이렇게 말한다. “선교는 하나님의 본성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사역으로 이해되었다.” 이 일은 어느 한 시대나 한 지역에서만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우주적 교회를 통해 선교하시는 하나님이 드러나는 방식이다. 그 일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가난해도 가능하고, 배우지 못했어도 가능하다. 왜냐하면 선교의 주체는 사람이 아니라, 선교하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2021년, 매홍손 빠이 지역의 소수부족 카렌 교회들을 통해 하나님은 이미 그 사실을 보여 주고 계셨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선교를 주도하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당치 않은 말이다. 나는 그저 선교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서 그 시간에 함께했을 뿐이다. 그 시점에 함께한 시간 자체가 나에게 큰 특권이고 은혜이다. 하나님의 일하심은 나의 상식과 이해를 훨씬 넘어 크고 넓다. 빠이 지방회 노래에 담긴 세계 선교에 대한 참여의 소망은, 그 사실을 참으로 잘 보여 주고 있다. 하나님은 오늘도 선교하시는 하나님이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